왜 돈을 모아도 항상 불안할까? 금융 안전망의 부재
분명히 저축을 하고 있는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통장 잔액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불안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돈이 모일수록 걱정도 함께 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문제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금융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데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돈을 모았음에도 불안한 이유를 금융 구조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모아 둔 돈이 모든 역할을 떠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모아 둔 돈이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돈이 미래를 위한 자산인지, 위기를 대비한 자금인지, 아니면 당장 써도 되는 여유 자금인지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언제나 긴장감이 따라옵니다.
갑작스러운 병원비나 사고가 생기면 저축한 돈을 써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되면 돈이 모아져도 안정감보다는 부담이 커집니다. 금융 안전망이 없으면 저축이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돈을 모아도 불안한 또 다른 이유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큰 사고나 질병처럼 한 번 발생하면 수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 상황은 개인의 저축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위험을 그대로 둔 채 저축만 늘리면 언제든 모든 계획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이 따라옵니다. 보험과 같은 안전장치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저축은 언제든 위기 대응 자금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돈이 많아져도 마음은 계속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 안전망이 있어야 저축이 자산이 된다
금융 안전망이란 보험, 비상금, 저축 구조처럼 각자의 역할이 분명한 체계를 의미합니다. 보험은 큰 위험을 막아주고, 비상금은 단기적인 충격을 흡수하며, 저축은 미래를 위해 온전히 쌓이는 자금이 됩니다.
이 구조가 갖춰져 있으면 저축은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도 저축을 깨지 않아도 된다는 기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때 비로소 돈은 불안의 대상이 아니라 계획의 도구가 됩니다.
마무리하자면, 돈을 모아도 불안한 이유는 충분히 모으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금융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돈도 불안을 완전히 없애주지 못합니다. 위험을 나누고 역할을 분리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저축은 비로소 안정감을 주는 자산으로 바뀝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금융 안전망을 어떻게 점검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